천안흥타령춤축제의 탄생
2003년 10월 ‘천안흥타령축제’가 처음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천안의 축제 역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었습니다. 이전의 축제와는 완전히 스타일이 다른 축제였습니다. 엄청난 방문객이 몰려들었고, 대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변화가 생겼을까요? 물론 그 전에도 축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87년부터 ‘천안삼거리문화제’라는 축제가 개최되어 왔지만 당시까지의 축제는 백화점식으로 나열된 행사와 관주도의 풍토아래 문화예술단체들이 일정한 예산을 받아 선례답습식으로 해오던 행사였습니다. 그러니 특색도 없었고, 관객도 소수에 불과하였습니다.
여론의 호된 비판에 직면한 천안시는 더 이상 같은 방식으로 축제를 끌고 갈 수 없게 되자 필자에게 축제를 리모델링 해주도록 의뢰하였습니다. 이에 필자는 2003년 2월 14일 천안시민회관에서 개최된 ‘천안삼거리문화제 개선발전방안 세미나’에서 경연방식의 춤축제인 천안흥타령축제를 제안하였습니다.
이후 천안시의 축제관계자들이 2003년 6월 초에 삿포로 요사코이 소란마츠리를 벤치마킹하였습니다. 출연자만 4만 4천 명, 관광객은 200만 명에 이르는 엄청난 춤축제였습니다. 천안시 관계자들이 이 축제를 보고 나서 필자가 제안했던 축제의 성공가능성을 확신하게 되었고, 불과 3개월 만에 새로운 축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축제의 이름은‘천안흥타령축제’라고 지었고, 2003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천안삼거리공원과 아라리오 광장을 중심으로 축제를 개최하였습니다.
천안흥타령축제는 천안삼거리에 얽힌 전설과 흥타령을 모티브로 하여, 춤(Dance)이라는 단일테마로 축제를 특성화하고, 경연방식의 개방형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유치원생으로부터 70대 이상 노인 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내었습니다. 최종 경연에 42개 팀에 1,122명이 출연하였고. 방문객 수는 5만 6천명에 이르렀습니다.
축제 프로그램의 운영에 있어서도 기존에 관행적으로 해오던 내빈 인사말이나 축사 등을 모두 없애고, 그 전까지 구경꾼에 불과했던 시민들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반응은 뜨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천안흥타령춤축제의 발전
축제는 빠르게 성장 발전하여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예비축제, 2007년 유망축제, 2008년 우수축제로 선정되었습니다. 2009년에는 최우수축제로 선정되었으나 신종플루가 유행하면서 축제를 개최하지 못하였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최우수축제에 선정되는 등 대한민국 10대 축제 안에 드는 영광을 안게 되었습니다. 2014년부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축제에 대해 지원하는 또 다른 트랙인 ‘지역대표공연예술제’에 선정된 이후 2018년까지 5년 연속 지역대표 공연예술제로 선정되었습니다.
한편 2012년에 국제춤축제연맹(Federation of International Dance Festivals)이 천안에서 공식출범하여 국제화의 기초를 다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출범당시 30개국으로 시작한 국제춤축제연맹 회원국은 2018년 71개국으로 늘어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였습니다. 천안시장이 당연직 의장을 맡게 되어 ‘춤의 도시 천안’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성공하게 된 요인을 살펴보면 1)지역의 전통문화를 모티브로 사용하였고, 2)컨셉을 경연형 춤축제로 명확히 하였으며, 3)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하여 축제를 지속적으로 개선한 결과였습니다.
흥과 춤, 왜 춤축제인가?
우리 민족은 옛날부터 춤을 잘 추는 민족이었습니다. 5세기 무렵에 만들어진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는 14명의 남녀가 춤을 추는 그림이 있습니다. 저는 몇 년 전 이 벽화를 소녀시대가 춤추는 모습과 비교해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1600년 전에 고구려인들이 춤추는 모습이 21세기에 소녀시대가 춤추는 모습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K-POP이 세계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BTS가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것도 알고 보면 우리민족이 춤을 잘 추는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흥이 나면 춤을 추게 되고, 춤을 추면 흥이 납니다. 흥이란 무엇일까요? 즐거운 에너지, 신나는 에너지입니다. 인체생리학적으로 말하면 체내에서 도파민과 같은 행복호르몬이 활발하게 분비되는 상태입니다. 이러한 행복호르몬은 춤과 같은 리듬운동을 할 때 가장 잘 분비됩니다. 그러므로 춤과 흥은 어느 쪽이 먼저가 되었던 상승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옛부터‘천안흥타령’이라는 민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천안에서 흥타령춤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치입니다.
천안흥타령춤축제의 미래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마이클 아가일(Michael Argyle) 교수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활동 중에는 음악과 운동도 있지만 그룹댄스가 단연 최고라는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춤축제에 참가하는 팀들은 함께 모여 춤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신체적으로 건강해지고, 정신적으로 귀속감이 생기며, 삶의 의미를 재발견합니다. 천안흥타령춤축제는 춤을 통해 사람들을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축제입니다.
천안흥타령춤 축제는 2003년에 시작된 이래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고,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춤축제’로 발전하였습니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더라도 해외의 유명 춤축제에 비해 전혀 손색이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천안흥타령춤축제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여서 많은 관광객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천안삼거리공원이 개발됨에 따라 내년부터는 축제장소도 새로 정해야 합니다. 축제예산의 대부분을 시의 보조금에 의존하는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천안흥타령춤축제가 장래에 브라질의 리우카니발이나 일본의 요사코이 마츠리와 같은 세계적인 춤축제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글․사진 김춘식 [다빈치문화기획 대표, 「세계축제경영」저자]